판시사항
[1] 불고불리 원칙과 법원의 심판 범위 /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가 서로 다른 구성요건이나 법률적 평가를 전제로 하는 등 조화롭지 않고 부정합성을 드러내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에 이른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2] 검사가 피고인을 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피고인이 甲의 동의가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동통신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乙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을 이용하여 甲의 전화번호를 조회한 뒤 알려달라.’고 요구하여 乙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공소사실을 기재하고, ‘같은 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2호 등’을 적용법조로 기재한 사안에서, 공소장 기재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여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이므로, 원심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고, 그에 따라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해지면 거기에 맞추어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한 후 유무죄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고불리 원칙상 법원은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으면 심판할 수 없고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한정하여 심판해야 하므로, 검사는 공소장의 공소사실과 적용법조 등을 명백히 함으로써 공소제기의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가 서로 다른 구성요건이나 법률적 평가를 전제로 하는 등 조화롭지 않고 부정합성을 드러내어 유무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에 이른 경우,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의 문제점이나 오류 등에 관한 석명을 구하여 공소장을 올바르게 보완하도록 한 다음 이에 따라 충실하게 심리ㆍ판단할 필요가 있다.
[2] 검사가 피고인을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피고인이 甲의 동의가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동통신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乙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을 이용하여 甲의 전화번호를 조회한 뒤 알려달라.’고 요구하여 乙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공소사실을 기재하고, ‘같은 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2호 등’을 적용법조로 기재한 사안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중 일부와 적용법조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하여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는 한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그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어, 공소장 기재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여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검사에게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와 같은 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 중 어느 죄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그에 따라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해지면 거기에 맞추어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한 후 유무죄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 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의 성립과 석명권 행사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46조, 제254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 [2]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59조 제2호, 제71조 제1호, 제5호(현행 제71조 제9호 참조),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3448 판결(공2017하, 1513),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도12357 판결(공2026상, 1172)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6. 1. 28. 선고 2024노16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불고불리 원칙상 법원은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으면 심판할 수 없고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한정하여 심판해야 하므로, 검사는 공소장의 공소사실과 적용법조 등을 명백히 함으로써 공소제기의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가 서로 다른 구성요건이나 법률적 평가를 전제로 하는 등 조화롭지 않고 부정합성을 드러내어 유무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에 이른 경우,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의 문제점이나 오류 등에 관한 석명을 구하여 공소장을 올바르게 보완하도록 한 다음 이에 따라 충실하게 심리ㆍ판단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도1235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안 되고,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그 사정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23. 2. 1. 및 2023. 6. 12. 오○○의 동의가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통신사명 생략)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임○○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을 이용하여 오○○의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조회한 뒤 알려달라.’고 요구하여 임○○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았다."라는 것이고, 적용법조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7조, 제38조,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 제1심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는데, 그 판결 이유의 범죄사실 부분에는 공소장 기재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부분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2호’가 기재되어 있다.
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기각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중 일부와 적용법조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하여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개인정보 보호법’이라 한다)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공소장 기재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임○○이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에서 정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피고인에 대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그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나. 이렇듯 공소장 기재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여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라면, 원심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검사에게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와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 중 어느 죄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그에 따라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해지면 거기에 맞추어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한 후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필요한 석명과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의 성립과 석명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